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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장려상)국민연금은 도깨비 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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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실

등록일

2003/08/20

조회수

2253

내용

제5회 장려상
국민연금은 도깨비 방망이

최종숙/경남 거창군 가북면 용산리

5년 전 그러니까 95년도 봄에 농어촌에도 국민연금인가 뭔가를 만든다면서 면사무소 직원과 국민연금 직원 그리고 동네 이장까지 나서서 가입을 독려하고 연금가입에 따른 혜택을 설명하던 것이 엊그제 같다. 특히 특례노령연금의 가입은 얼마나 득이 많은지를 입에 거품을 물고 설명하면서 동네 노인들을 설득하고 다니던 진주에선가 왔다는 연금직원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다 늙은 노인에게 연금은 무슨 놈의 연금이냐며 몇 번을 찾아와도 꿈적도 하지 않던 옆집 노인을 설득하여 가입신청서를 받아 가는 연금직원의 뒷모습이 그렇게 예쁘게 보일 수가 없었다. 연금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농어촌에서 그것도 50대 후반의 특례노령연금가입대상자를 설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5년 전 그때 연금직원과 동네 이장의 애원에 못 이겨, 또 5년만 연금보험료를 불입하면 죽을 때까지 연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는 귀가 솔깃한 말에 가장 낮은 등급으로 가입을 하게 되었고 가입하고 나니 세월은 유수처럼 흘러 벌써 5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 이제는 나도 어엿한 연금수급자가 된 것이다. 그때 집요하게 특례노령연금의 가입을 권유했던 연금직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난 10월에 국민연금이 입금된 통장을 내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나는 기뻐서 어쩔줄을 몰랐다. 왜냐하면 지난 5년 동안 반찬값을 아껴서 5천원정도의 연금보험료를 납입한 보람으로 마침내 연금을 받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원래는 8월부터 받을 수 있었는데 만60세가 될 때 재가입을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2개월의 보험료가 납부되지 않아서 두 달 늦게 연금이 지급된 것이란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떠랴. 60이 넘는 인생도 살아왔는데 그까짓 두 달 정도 일찍 받고 늦게 받고 가 무슨 문제이겠는가. 나도 이제 어엿한 국민연금수급자인 것을.

60넘게 살아오면서 기뻤던 일도 꽤나 있었지만 국민연금이 처음 내 통장에 들어온 것을 확인했을 때의 기쁨도 적지 않았다. 연금이란 공무원이나 군인 그리고 학교선생이 퇴직하고 나서 받는 그들의 전유물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나 같은 늙은이한테도 국민연금이 지급되고 있으니 어찌 그 기쁨이 작다고 하겠는가. 적지 않은 기쁨을 안겨준 국민연금공단과 국가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5년동안 5천원정도의 돈을 연금보험료로 납부했는데 평생동안 매월 8만원정도의 연금이 지급된다고 하니 연금이란 도깨비방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5년 즉 60개월 동안 월5천원씩 불입했으니 들어간 원금이 30만원정도이다. 그런데도 매월 8만원정도를 지급 받을 수 있다니 얼른 계산해도 4개월 정도만 연금을 수령하면 원금은 모두 찾는 셈이고 그 이후부터는 한 달이라도 더 살수록 나에게는 득이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오르는 물가에 연동해서 연금액도 매년 상향조정해준다니 이런 신통한 도깨비방망이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왜냐하면 오래 살다보니 이런 도깨비방망이 덕분에 다 늙어서 연금호강(?)을 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매월 8만 원이면 우리 내외에겐 작은 돈이 아니다. 농촌에서 고정수입이라곤 없이 그저 가을에 벼 수매나 해야 목돈 한 번 만져 볼까 한 데 매월 8만원이라는 큰돈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꼬박꼬박 내 통장에 들어오는데 어찌 작은 돈이랄 수가 있겠는가. 지금까지는 주수입이 농사이고 부수입이 아들네들이 주는 용돈이었는데 이제는 연금이 주수입원으로 자리바꿈해도 될 듯싶다.

옛날에는 시골에서야 그저 입만 해결되면 그만이었지 다른 생활비가 드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현재는 시골도 문명이 가져다준 혜택 때문에 식비 이외에도 꽤 많은 고정지출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전기요금, 전화요금, 의료보험료 등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돈이 시골살림으로는 감당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돈이 많은 입장에서 본다면 그까짓 전화요금이나 전기요금이 무슨 그리 큰 부담이 되느냐고 하겠지만 우리네 농촌입장에서 보면 분명 무시 못할 부담임이 분명하다. 어떤 달에는 전기요금이 없어 이웃집에 꾸러 갈 때도 있음에랴.

그런데 매월 납부해야되는 기초적인 공과금에 대한 걱정을 국민연금이 한순간에 해결해 주었다. 월 8만원정도만 해도 그런 기초적인 공과금을 납부하고도 영감의 담뱃값 정도는 떨어지니 말이다. 물론 전기나 전화를 아끼고 아낀 결과이긴 하지만.
이제 겨우 두달 째 국민연금을 지급 받은 연금수급 풋내기에 불과하지만 내가 가장 기다려지는 날은 나의 생일도 아니고 영감의 생일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연금이 내 통장에 들어오는 날을 가장 손꼽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노년에 이런 재미마저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다음달 받는 연금으로는 방학에 할머니 집을 찾아올 손자녀석들에게 과자나 실컷 사주어야겠다. 또 예쁜 신발도 하나씩 사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원님 덕에 나발분다고 국민연금덕에 할미노릇이나 잘 해 보련다.

연금 받는 것이 아까워서 이제는 죽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오래 오래 살아서 연금도 많이 받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연금 파이팅! 도깨비방망이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