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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의 마지막 선물
초등부 우수상 문석빈
하늘에 계신
외할아버지!
여기는 어느새 아카시아 향기를 물씬 풍기더니 오후에는 한여름 같은 더위가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6월이에요. 유월엔 현충일도
있고 6.25도 있잖아요. 그래서 누나는 학교대표로 백일장대회에 나갔다 왔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도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네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던 때에는 낙엽이 떨어지던 늦가을이었지요. 그 땐 또 우리 나라가 온통 IMF로 국가적인 치욕이라고 다들 분통해
하고 걱정하던 때였어요.
그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 나와 아직까지도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어요. 차라리
할아버지는 이런 모습을 보지 않고 가신 것이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르겠어요. 서로가 힘들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각박해진 것
같아요.
아빠 회사도 부도가 나서 아빠도 회사를 그만두시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계시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너무나 힘들답니다. 그래서 우리도 마음 같아서는 할머니를 자주 찾아 뵙고 돈도 많이 보내 드리고 싶지만 엄마는 모든 것이 마음뿐이라며 한숨만
내쉰답니다.
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얼마 전 저의 집에 와 계실 때 저와 같이 도토리 주우러 갔던 일과 배드민턴을 쳐주셨던 것을
기억한답니다. 그 때도 할아버지는 편찮으신 몸이었지만 늘 혼자 있는 저를 생각해서 저와 놀아 주셨잖아요. 그 땐 할아버지가 건강해서 우리와 함께
살았으면 하고 바랐지만 할아버진 저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 해 가을에 돌아가시고 말았지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걱정되시죠?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 혼자 두고 먼저 가시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셨다고 들었어요. 할머니 혼자 힘든 세상에 남겨두고 떠나시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많이
무거우셨을 것 같아요.
할머니는 장사 나갔다가 돌아오시면 늘 반겨주시던 할아버지를 생각하시며 몰래 몰래 많이 우셨답니다. 제사 지낼 때면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어주시던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또 집에 전기기구가 고장이 났을 때 등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곳에서 할아버지를 많이 느끼고
계시답니다.
특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꼬박 꼬박 통장으로 들어오는 유족연금은 할머니의 마음속에 늘 할아버지를 살아 계시게 하는 것
같았어요.
할머닌 연금을 받으실 때마다 “그래도 영감밖에 없어. 영감이 주는 돈이 가장 마음 편한 돈이야. 이렇게 매달 정확히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니 이게 어디냐. 죽어서도 영감이 나를 가장 생각해 주는구나.” 하시며 너무도 고마워 하신 답니다.
늘 살아 계시는
할아버지
돌아가시기 전 할아버지께서 아파트 경비를 서시면서 조금씩 넣어두셨던 국민연금이 지금은 할머니에게 너무도 큰 의미가 되고 있답니다.
연금도 얼마 넣지 않았던 데다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노령연금으로 받은 것이 넣은 금액보다 훨씬 많았던 터라 외할머니는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연금도 당연히 사라졌을 거라 생각하시고는 잊고 지내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통지서가 날아와서 난생 처음으로
할머니는 어리둥절하여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찾아갔다고 하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할머니에게 공단에서 근무하는 아가씨는 너무도 친절하게 할머니에게
유족연금을 받게 되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고 하였습니다.
할머닌 뜻밖의 소리에 너무나도 고마워서 아가씨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고 하시고는
돌아오셨답니다.
전 그 소리를 듣고 할머니에게는 너무도 잘된 일이지만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넣은 돈은 조금밖에
되질 않는데 타는 돈이 그것의 몇 배가 되는지, 그렇다면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는 것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아빠에게
물어보았답니다.
그랬더니 아빠께서는 “너에게는 다소 어렵겠지만 국민연금이란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소득의 재분배라는
점에서 더욱 권장되어야 하는 제도란다.” 하시면서 선진국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모든
국민이 자신의 소득에 따라 소득이 많은 사람은 많이 넣고 적은 사람은 적게 넣은 후 관리공단에서 이 돈을 잘 관리하여 많은 이익을 남겨서 받을
때에는 넣은 금액의 차이보다 적은 차이가 나도록 지급이 된단다. 그러므로 가난한 사람은 적은 돈을 넣고도 많이 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제도겠니? 그러니 가난할수록 더욱 국민연금에 가입을 해야 하는데 아직 국민의 의식수준이 미치지 못해서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란다” 하셨어요.
그래서 전 국민연금이 얼마나 좋은 제도인지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는 아빠에게 “아빠도 빨리 국민연금에
가입하세요” 했더니 아빠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회사를 다니게 되면 의무적으로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하게 되어있단다.” 하셨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걱정은 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께서 남기고 가신 마지막 선물이 있잖아요. 비록 얼마 되지는 않지만 할머니에게는 살아가는데 많은 힘이 되고
있어요. 또 저희들이 힘을 합해 할머니를 잘 모실게요.
그럼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계세요. 할머니를 만날 그 날까지....
손자 석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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