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2회 우수상)나의 희망 국민연금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2

조회수

2147

내용

2회 우수상
나의 희망 국민연금

동 림 / 충북 진천군 문백면

저의 나이 올해로 만 40세. 인생으로 치면 한창 왕성한 기운으로 일하며 재미있게 살아갈 나이에 저에게 찾아온 장애인이란 이름은 기막힌 현실이었습니다. “만성신부전증”. 3일에 한번씩 병원 에서 다섯 시간동안 피를 투석하지 않으면 살 수없는 병, 여러가지의 합병증의 공포 또한 무섭고 한웅큼씩 먹는 약, 200~220까지 올라가는 혈압, 이런 것이 정말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저의 인생에 커다란 획을 그어 놓고 말았답니다.

그나마 의학의 발달로 투석이라도 하면서 생명을 연장하고 있지만 그 유명했던 가수 배호씨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던 무서운 병을 제가 앓고 있는 것입니다. 저의 아버지 어머니의 고향은 함경남도 북청과 원산에 고향을 둔 이산가족이랍니다. 해방되던 해 맨몸으로 삼팔선을 넘어와서 어머니와 만나 결혼하며 사시던 중 제가 열 한살때 이 넓은 세상에 우리 3남 1녀와 어머니를 남겨두고 아버님께서는 돌아가셨습니다.

일찌감치 생활전선으로 뛰어든 저는 열 네살의 나이로 신문배달, 가게의 점원, 가구공장, 제재소 등 여러 곳을 전전하다 급기야는 노동판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무슨 일이든 조금이라도 더 준다면 옮기고,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 곳 떠돌이 생활을 하였습니다. 휘영청 밝은 달이 떠오를 때면 어머님과 동생들이 보고 싶어 달을 보며 울기도 많이 울었지요.

운전을 하시던 아버지는 왜 그리 일찍 세상을 뜨셔서 우리 다섯 식구를 이다지도 고생시키는가 하고 원망도 많이 했답니다. 사글셋방을 전전하다가 조금씩 늘려서 이사 다니기를 스물 세번 끝에 군대가기 전해에는 불광동 산꼭대기에 무허가이지만 흙벽돌에 스레 올린, 방 한칸에 부엌 하나 딸린 집도 장만했답니다. 그 집을 장만했을 때의 기쁨이란 말로 표 현할 수 없이 기뻤지요.

이사 다닐 때면 아이들이 많다고 쫓겨나고, 주인집 아이들에게 구박과 설 움을 받아도 싸울 수 없었던 나날들. 고향을 북에 둔 어머니, 아버지였기에 고향도 못가보고 다행 이 먼친척이 마련해 놓은 의정부의 문중산에 아버님을 모신 것을 큰 위안으로 삼아 한식과 추석, 일 년에 두번씩 한 해도 안거르고 성묘하는 것을 큰 낙으로 삼고 살아왔지요.

아버님 산소에 가면 애절하게 울어대는 어머님, 서른 세살의 나이에 청상이 되어 우리 사 남매를 길러주신 어머님….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다 중곡동 택지조성공사를 하는 채석장에서 노동일을 할 때였습니다. 같이 일하던 형이 “네 나이 몇 살이냐?”고 묻기에 스무 살이라고 하니까, “젊은 놈이 무엇때문인지 이런 막노동판을 다니느냐. 하다못해 트럭 조수라도 따라다녀서 기술이라도 배워야지.”하시더군 요. “돌아가신 아버님이 운전을 하시다가 병을 얻어 돌아가셔서인지 어머님은 운전이라면 물불을 안 가리고 난리를 치십니다.”했더니 그 형님 하는 말이 “어떤 사람이 강가에서 귀한외아들을 키우며 살았다. 그 귀한 아들이 강에서 놀다 강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그 부모는 강 물만 보면 죽은 외아들이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그 원수같은 강물을 퍼서 쌀을 씻고 밥을 해 먹 어야 목숨을 유지하듯이, 또 아들이 불에 타 죽었다고 해도 그 원수같은 불로 음식을 익혀야 목숨 을 부지하듯이 세상살이의 이치가 다 그런것이다.”하시더군요.

그 말을 그대로 어머니께 이야기하였더니 주루룩 눈물을 흘리시며 “뱃속에 있을때부터 아빠 차 를 타더니 천직은 할 수 없는가 보구나”하시며 운전을 허락하셨습니다. 덤프트럭 조수로 운전도 배우고 틈틈히 책을 보며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니 군영장이 나오더군요.

수송부 운전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후 덤프트럭 기사로 취업을 했답니다. 그때 문득 아버님 생각이 나면서 ‘기왕에 대를 물려서 운전을 할려면 이방면 최고의 운전사가 되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자동차와 관련된 여러종류의 면허시험을 취득하기 시작했습니다. 특수면허 “츄레라”, “레이커(구난차)”, “1종 대형” 그리고 중기조종사면허 “중기덤프”, “중기레미컨(두 가지는 1983년경 대형으로 통합됐음)”, “지게차”, “크레인”, “포크레인” 등 모두 독학으로 9가지나 되는 면허를 취득했답니다. 면허증이 여러가지 있는 덕분에 스물 일곱의 젊은 나이에 (주)대우에서 아프리카 리비아에 일 년간 해외취업도 하고, 국내에 귀국해서는 (주)대우중기사업소에 스카웃되어 안정된 생활이 시작되었지요.

그동안 둘째 동생이 두 번 공장경영에 실패하여 애쓰고 모은 돈 다털어서 빚청산을 해주고도 인 천 부평에 19평짜리 방 셋딸린 조그만 아파트까지 장만했지요. 같은 이산가족인 지금의 안식구를 중매로 만나 아들 하나를 두고 어머니 모시고 고려대학 축산과에 다니는 막내동생과 전문대를 나 와 피아노선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여동생 등 오손도손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둘째 동생이 공 장경영으로 목돈이 필요해서 대우에서 받은 퇴직금, 적금 등을 모두 모아서 주었지만 결과는 1년 후에 빈털털이가 되었답니다.

인천 시내버스회사에 다니면서 처음으로 국민연금과 인연을 맺게 되었지요. 회사에서 반을 부담하 고 나머지 반을 월급에서 공제할 당시는 만 오천원 정도였답니다. 큰 부담도 아니고 또 절반을 회 사에서 내주는 관계로 부담도 적었지요. 삼화고속으로 회사를 옮긴 뒤 다시 회사를 퇴직할 때였습니다. 다른 동료들은 퇴직한 후에 국민연금을 해약해서 일시불로 타더 군요. 안식구에게 “나도 일시불로 타서 쓸까?”했더니 “얼마 안되는 불입금인데 회사 퇴직후에 도 계속 가입합시다. 노후에도 큰 혜택이 될텐데요.”하더군요.

알아본즉 퇴직을 한 후에도 개인적으로 계속 가입할 수 있다고 해서 국민연금과 인연을 끊지 않 고 생활을 해오던 중 그 무서운 병마가 내몸을 차츰 차츰 파고들어 왔답니다. 어디 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통증도 없이 서서히 망가진다는 “만성신부전증”. 우연히 개인병원에서 소변검사를 했 는데 큰병원에서 정확한 진찰을 받아보라 하고, 부평 성모자애병원에서는 “만성신부전증”이니 부천 성가병원으로 가보라고 할 때까지도 이 병의 무서움을 몰랐답니다. 혹시나 하고 일주일간 입 원을 하며 검사한 결과는 서서히 콩팥기능이 나빠지며 언젠가는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받아야 목숨을 부지한다는 청천벽력의 소리를 듣고부터 투병생활이 시작되었답니다.

삼년동안의 투병생활은 그나마 호강이었습니다. 1993년 11월 드디어 올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얼굴과 다리가 퉁퉁 부어오르고 십미터만 걸어도 숨이 차서 걷지 못하겠더군요. 웬일인가 하고 부천 성가병원을 찾아 갔더니 소변을 못봐서 요독 이 쌓여 있으니 즉시 입원을 안하면 생명이 위태롭다고 하더군요. 1993년 12월 1일 입원으로 해서 이틀에 한번씩 인공신장실에 혈액투석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나날동안 혈액투석을 받아 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막혔습니다. 동맥전환수술을 받고 12월 25일 퇴원을 했답니다.

이제부 터는 일주일의 3일은 하루 4시간씩 병원침대에 누워서 혈액투석을 받아야 된답니다. 일은 할 수 없다고 하고, 특히 병원비가 큰 문제입니다. 일회 투석에 의료보험을 해도 18,640원, 거기에다가 가끔 한달에 한번 맞아야 된다는 혈액보충약 30만원, 정기검사비, 세끼니 후에 먹는 한웅큼의 약 값.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일주일에 3일을 병원에 누워있어야 하고 얼굴이며 다리는 퉁퉁 부어오르고 관절 등은 쑤시고 여 러가지의 합병증은 저를 더욱 무서움에 빠지게 했습니다. 이런 저에게 어느 누가 일자리를 주겠습 니까? 투석비, 약값, 검사비, 병원 오가는 교통비까지 모든게 막막했답니다. 생각끝에 안식구가 동 네의 공장에서 밥을 해주는 주방아줌마로 취직을 하여 45만원을 받아 오는 것으로 병원비와 생활비를 충당했답니다. 저의 가슴은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나이 40이 되도록 모아놓은 돈 한 푼 없고 안식구가 벌어오는 돈으로 나 살겠다고 침대에 누워 투석 받는 일도 마음 한구석에는 크나큰 부담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살아야 하나? 하고 죽어버릴까 하는 못난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도 못난 남편을 믿고 열심히 사는 안식구, 토끼 같은 11살짜리 아들, 그 모진 풍파를 견뎌오신 어머니, 좋은 대학 나와 파스퇴르 간부사원으로 일 하게 된 막내동생, 모든 것을 생각할 때 악착같이 살아온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습니다.

‘그래 나보다 더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리고 언젠가 이식수술을 하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하 니 희망을 갖고 병마와 싸우자.’라는 생각이 내 가슴을 메울 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도 운다”했듯이 국민연금에서 크나큰 희망을 주었던 것입니다. 청주 남궁병원에서 투석을 마치던 날 국민연금 청주지점에 문을 두드리니, 장애연금 담당자 허선 생님의 친절한 상담과 함께 여러가지 서류를 준비할 때만 해도 한달에 얼마 내지 않은 불입금인 데 얼마나 도움을 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답니다. 얼마후 서류심사 결과 ‘장애 2급’ 판결을 받았습니다.

더욱 기쁜 소식은 막내 동생이 신장 하나를 저에게 이식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몇백만원의 검사비와 그 후의 수술비가 너무 큰 부담으로 제 마음을 무겁게 할 때 국민연금에서 지급해 주신 2백만원은 저에게 커다란 용기를 주었습니다. 3개월에 걸친 검사를 마치고 동생과 같이 부푼 마음을 갖고 1994년 5월 31일 강남 성 모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그러나 수술전날 가슴에 못을 박는 의사선생님의 검사결과는 모든 조 직은 잘 맞았는데 한 가지 이상이 있어 이 상태로 이식을 하면 동생도 나와 같은 병이 걸릴 확률 이 있다는 것입니다. 동생도 큰 실망을 했지만 저도 너무 기가 막히더군요.

어머니와 안식구의 실 망도 너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내 것이라도 떼어 주마”라고 하셨지만 연세도 많 고 혈압도 높으셔서 안되고 둘째 동생은 예전에 큰 수술을 받아서 안되고 여동생, 안식구는 혈액 형이 틀리고 이식수술도 못하면서 검사와 입원비에 써버린 오백만원의 거금은 더욱 커다란 부담 이었지요. 그래도 국민연금에서 금쪽 같은 돈을 주셨기에 식구들과 동생의 저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확인한 것을 큰 위안으로 삼고 퇴원을 하였답니다.

매월 20만원의 국민연금에서의 보조비는 큰 부담으로 남은 혈액투석하는 병원비로 지불할 수 있 었고 이렇게 도와주시는데 용기를 잃지말자 굳게 다짐하며 생활하고 있답니다.

지금은 병원 안가는 날 틈틈히 일도 합니다. 포크레인 운전인데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한답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없어서 해본 일이 이제는 큰 용기도 생기고 안식구도 무척 기뻐하지요. 얼 마 안되는 돈으로 국민연금에 낼때에는 이렇게 큰 도움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면을 통 해서나마 감사의 마음으로 국민연금관리공단에 큰절을 올립니다.

오늘도 애쓰시는 관리공단의 여러 임직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여러 국민연금 가입자분들께도 꼭 부탁드립니다. 사람은 어느 때 어느 불행이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답니다. 부디 건강들 하시고 퇴직하시더라도 그 얼마 안되는 불입금을 찾아서 국민연금관리공단과의 인연을 끊 는 일은 하지 마세요. 정말 꼭 부탁드립니다. 육십세가 넘으면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 을 부디 해약하는 오류를 범하지 마세요. 이 좋은 제도가 온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큰 은혜를 입고 있는 저는 오늘도 열심히 희망을 갖고 살아가 고 있답니다. 그 누가 어떤 친척이 이런 저에게 도움을 주겠습니까? 가입자 여러분께 다시 부탁드 리는 말씀은 부디 건강하시고 국민연금과의 인연을 오래도록 같이 하시기를 두손 모아 기원합니다.

못난 저의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외치고 싶은 말은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다. 명예를 잃는 것은 반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고 어느 분이 말했 던 그 한마디 입니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