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6회, 장려상)국민연금 선물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3

조회수

2170

내용

제6회 장려상
국민연금 선물

김 용 례/전남 완도군 완도읍


방금 전까지 옆에서 재롱을 떨던 손자녀석은 벌써 쌔근쌔근 장이 들고 아직 초저녁인데도 사방은 고요하여 찰싹거리는 파도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리는 가을밤입니다. 이런 밤이면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이제는 저 세상 사람이 되고 없는 남편에 대해 생각들로 마음이 아파옵니다.

저는 전라남도 완도에 있는 조용하고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올해 56세된 주부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없이 시작한 시골에서의 결혼생활은 언제나 고단하고 넉넉하지 못하였지만 검소하고 성실했던 남편과 저는 억척스레 일하여 5남매를 키우며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이제 맏딸을 시집 보내고 막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어 갈 무렵, 1999년 9월 남편이 배가 아프다고 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읍내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 보니 큰 병원으로 가서 정밀진단을 있는 전남대학교병원에서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고서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단란했던 우리 가정에 불행이 찾아 온 것입니다.


암으로 남편을 잃어
평소에 술을 좋아하긴 했지만 건강하여 젊은 시절부터 가족을 위해 남의 땅을 빌려 농사도 짓고 목수 일도 하면서 사시사철 쉴 틈 없이 일해 오던 남편이 갑자기 병석에 눕게 된 것입니다.

수술과 항암 치료, 가족들의 헌신적인 간호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끝내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평생 가족들을 위해 궂은 일 마다 않고 너무나 열심히 살아온 남편, 이제는 허리 펴고 살만하다 싶었는데 세상을 떠나니 아직 결혼을 앞둔 딸 3명과 함께 남겨진 저는 너무나 슬프고 기가 막혀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를 치르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고 시름의 나날을 보내던 중 남편 이름으로 연금보험료 고지서가 집으로 와서 해남에 있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전화하여 고지서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했더니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으니 신청하라고 하였습니다. 평소에 국민연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60살이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던 터라 믿기지 않고 돌아가신 분한테 고지서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화도 나고 속이 상하여 다른 것은 필요없으니 고지서만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습니다.

다음날 들에 나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 왔는데 밤에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이 전화를 하여 국민연금에 가입된 사람이나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사람에게 되면 배우자나 자녀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는 내용과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제가 살고 있는 완도군에는 국민연금 사무실이 없어 일주일에 한번씩 군청으로 직원이 출장을 나와 서류를 접수하니 목요일 날 꼭 나와 신청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친절하게 안내해 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직원
밤늦게 까지 남아서 전화를 해 친절하게 안내해 준 직원한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다음 주 목요일 날 군청에 나가 서류를 접수하는데 이름만 보고도 금방 알아 보고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 안내도 해 주고 서류 작성하는 것까지 도와 주어 쉽게 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평생 이런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담당직원이 너무도 친절하고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습니다.

지금은 매월 말일이 되면 제 통장에는 138,830원이 어김없이 입금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된 것입니다. 그 동안 자식들 키우느라 변변히 저축도 못하고 더더욱 보험은 생각도 못하고 살아 왔는데 저의 형편으로는 이보다 더 든든하고 힘이 되는 것은 없을 듯 합니다. 더구나 남편이 낸 보험료는 3년 3개월에 737,800원 밖에 되지 않는 데도 제가 죽을 때까지 평생 매달 138,830원이 나오고 그것도 해마다 물가가 오른 만큼 더 많이 지급된다고 하니 너무도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95년도에 농어촌에 국민연금이 시작되어 의무적으로 가입하여야 한다고 해서 별로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시작하여 매월 어김없이 나오는 연금보험료고지서는 언제나 달갑지 않은 손님으로 여겨져 짧은 생각으로 남편에게 내지 말자고 하였으나 남편은 정부에서 하는 일이 우리한테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나쁠 것이 없다면서 매달 꼬박꼬박 납부하던 것이 지금은 남편이 내게 남겨 준 가장 큰 선물이 되었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 주는 고마운 유산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태어날 저의 손자들에게 세배 돈이나 용돈을 주게 될 때 저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남편이 내게 남겨준 가장 큰 선물
"이건 너희 할아버지께서 주시는 거란다. 할아버지께서는 할머니한테 국민연금이라는 저금통을 남겨 주셔서 너희들한테 이렇게 줄 수 있는 것이란다. 할아버지한테 감사한 마을을 가져라." 저의 손자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세배 돈을 건네 받으면서 "하늘나라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이렇게 좋은 국민연금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할 것을 상상해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고 지금은 힘들어도 참고 견딜만한 희망이 생겨납니다.

사람은 누구나 저와 같은 불행한 일을 겪을 수 있으며 그 때 가장 힘이 되는 것이 국민연금을 알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국민연금을 아까워 하지 말고 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제 경우에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희망찬 기쁨을 맛볼 수 없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렇습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온 우편물에 '국민연금은 평생 마르지 않는 샘물입니댜.'라고 쓰여져 있는 말의 의미를 이제서야 실감하면서 제게 도움과 친절을 베풀어 준 국민연금관리공단과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