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6회, 장려상)국민연금을 만나고 나서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3

조회수

2177

내용

제6회 장려상
국민연금을 만나고 나서

천 은 진/대구광역시 달성군 다사읍


우연히 군내 소식지를 통해 국민연금 수급자 생활 수기를 현상공모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의 가족이 그 수혜자에 해당됨을 알고 국민연금에 고마움을 전하고자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삶이란 것은 늘 평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평탄한 길을 만나는가 하면,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하기도 하고, 황량한 사막의 작열하는 태양과 모래바람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무엇이 있어 우리의 안위를 보장해 주는지요? 어쩌면 삶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굴곡이 있는 것이 삶이란 것인지 모릅니다.

인생의 험난한 산을 지날 때 자신을 지켜줄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 당사자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가울 것입니다. 어두운 길에서 만난 한 줄기의 빛! 그것은 결코 멀리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이제 그 한 줄기의 빛을 만난 우리 가족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저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시골에서 농사를 본업으로 살아 오셨습니다. 아버지의 하루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시작되고, 또 다른 사람들 보다 늦게 끝을 냈습니다. 일찌감치 새벽에 진지를 드시고, 찬 이슬을 헤치면서 들로 나가셔서 하루종일 뙤약볕 아래서 일 하시고, 저녁 늦게 되어서야 소에게 먹일 풀을 한 가득 베어서 집으로 돌아오시곤 했답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 주름진 이마. 마른 체구에 외소한 아버지! 타인에게 비춰진 나의 아버지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의 가족에게는 누구보다도 넓고, 깊고, 큰 마음을 가진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었습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께서 흥겨운 노래라도 부르시면 경운기 뒤에 탄 우리 가족들은 마냥 신이 났습니다. 오래 전엔 작은 일, 사소한 일에도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행복을 다시 찾기위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래 전 아버지께서 불러 주시던 그 구성진 노랫가락을 듣게 될 날을 기다리며 말입니다.


뇌출혈로 쓰러지신 아버지
저의 아버지는 지난 99년,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지체장애 1급의 판정을 받고, 지금은 거동은 물론 말씀조차 하시지 못하고 지금까지 투병 중이십니다. 뇌출혈로 인하여 팔과 다리가 마비되고 언어장애까지 온 상태였습니다. 처음 그 상황이 닥쳤을 때는 우리에게 희망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항상 고생만 하신 아버지의 삶이 참으로 마음 아프고 안타까웠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닥치는 위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마음으로 빌어드리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병상에 누워 계시니 아버지와 가족들은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한 달에 수백 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그간 모아둔 적금을 해약하기도 했습니다. 더 어려울 때는 대출을 해서 생활해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지인들이 조금씩 보태주시는 위로금들 조차도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감추며 고맙게 받아서 유용하게 사용할 때였습니다.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그렇게 되나 봅니다. 농사를 지어서는 마땅한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는 때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2년에 가까운 병원 생활 중에 많은 고비를 넘긴 아버지께서는 재활치료를 통해서 왼쪽 신경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상태로 퇴원하셨습니다. 현재는 집에서 저의 어머니께서 간호를 하시고 있습니다. 의사표현을 말씀으로 못하시기 때문에 손에 작은 종을 하나 들고 흔들어서 가족들을 부르십니다. '딸랑 딸랑' 오늘도 아버지께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아버지께 늘 한결 같으신 어머니가 계시기에 아버지께서 우리 곁에 계신지도 모릅니다. 자식들 앞에 힘든 내색 한번하지 않으시는 우리 어머니! 그렇게 3년 가까이를 버텨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우리 가족들은 한 줄기의 빛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국민연금의 수급 대상중 장애연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납부해 오고 계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연금가입을 했던 15년 전만 하더라도 시골의 사람들은 연금에 대해서 "공무원이나 경제적 여력이 되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사치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 만큼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의 아버지는 직장에 다니실 때 연금에 가입하였다가 퇴사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하여 연금을 납부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국민연금에서 이렇다 할 혜택이나 수급이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그 필요성이 점차 약화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관내 공무원의 권유로 연금의 필요성을 알게 되어 계속 납부를 해왔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그 공무원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답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 준 것 같습니다. 오늘의 우리 가정의 상황을 마치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아버지는 그 후에 장애로 인한 국민연금 납부에 예외가 되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장애연금을 수급받기 위한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병원에서 필요한 진료내역서와 CT 필름등 여러 관련자료를 공단에 제출했습니다. 사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의 한 줄기 빛, 국민연금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던 7월 어느날 인가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지정된 통장으로 매달38만원 정도 입금이 됩니다. 그리고 최초 지급액으로 408만원이 이번 달 말일에 입금됩니다. 통장 확인하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저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행여나 잘못 들었나 싶어서 재차 확인을 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거금이 지급 된다구. 이게 꿈인가?' 그건 물론 꿈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 같았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그렇게 큰 돈을 받게 된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아버지께 이 사실을 말씀 드렸더니 놀라시면서 기뻐하셨습니다. 국민연금이 이제 우리 아버지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답니다. 매달 지급되는 금액으로 약도 지으시고, 아버지께 드릴 곡물들도 장만하니까요. 장애연금은 우리 가정에는 경제적인 도움이 되고, 아버지께는 심적인 힘을 드리는 매개체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도 아버지께 통장을 보여 드리며 말씀드립니다. "아버지! 아버지 병원비랑 약값을 보내 주는 효자는 누구예요?" 저의 아버지는 힘겹게 든 손으로 국민연금이 지급되는 통장을 가리키십니다. 국민연금은 병상에 계시는 아버지께 힘을 드리는 효자입니다.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손을 내밀어 주는 국민연금이 있기에 저의 가족은 지금의 상황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더욱 힘을 낸답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국민생활의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굳게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로 거듭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