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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국민의 노령, 폐질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연금법 제1조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이다. 그리고 이어서 제2조에는 “이 법에 의한 국민연금사업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이를 관장한다.”고 명시되어있다.
내가 고등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아쉬움이 남는 것이 하나있다면 그것은 서기 1446년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하시면서 왜 누구든지 쉽게 익히라고 권장만 하셨지 ‘어명’을 붙이지 않으셨는가 하는 점이다. 만일 550년 전에
‘어명’을 붙여 모든 국민이 강제로라도 글을 깨우치게 했더라면 지금쯤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민연금제도는 제
1?2조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하려고 마련한 제도인데 국가에서 관장한다는 것이다. 국가에서 관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제도란 노후의 빈곤이라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민보험제도로써,
일할 능력이 있을 때 수입의 일정액을 조금씩 모아두었다가 나이가 들거나 장애 또는 사망으로 소득 능력을 상실했을 때 국가로부터 본인 또는 유족이
일정액의 연금을 매월 받아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장치이다.
이 제도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 아래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19세기말 독일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이래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로 확대되어 현재 160여 개국에서 실시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제도가 처음 실시된 데 이어, 1995년에는 농어민에게 확대 실시되었고,
1999년 4월 1일에는 도시 지역 주민에게도 확대 적용되어 2003년 3월말 현재 16,118,000명이 가입하여 바야흐로 전국민 연금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능력이 떨어지고 의욕이 저하되므로 사회나 직장에서 밀려나게 된다. 요즈음엔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나 노인인구는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예전 같으면 대가족 제도하에서 자식들이 부모의 여생을 책임졌으나
요즘처럼 가족형태가 핵가족화 된 상황에서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살겠다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러한 노인문제는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어 사회구성원 모두가 연대하여 사회복지차원에서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인은 막 되어 가는 시절 탓으로 원망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본인이 소득이 없을 때를 대비한 대책을 스스로 마련하여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양하는 자식이 있다하더라도 늙은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있을 때와 없을 때와는 그 대하는 태도가 현저히 다를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노인들에게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령연금을 지급하여 노후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준다.
또한, 예고 없이 닥치는 사고나 질병으로부터 국민연금은 확실한 안전판 역할을
해준다. 특히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 각종 사고를 당할 위험의 증가로 후천적 장애인이 되거나 소득 능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재해 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이들에게 국민연금은 장애연금을 지급함으로써 사고나 질병으로 인하여
장애를 입었을 경우에 가입자와 가족이 최저생활은 보장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주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 또는 연금을 받고 있던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에는 그 유족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여 본인과 가족의 안정된 생활 보장을 위한 대책마련을
건강하고 능력 있을 때 해 두어야할 것이다. 이것은 나와 사랑하는 내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 하는 일이요, 국가를 위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다음으로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빈부의 격차를 완화 시켜준다. 60년대 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발전을 꾀해 왔다. 그 결과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차이는 두드러지게 나타나 잘 사는 사람들에겐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고, 못
사는 사람들에겐 경제적 어려움에다 정신적 열등감마저 안겨주게 되었다. 이러한 빈부의 격차는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되어 이른바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등장하는 소외된 계층이 많이 생겨났다. 그들이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과 위화감은 기업의 노사분규를 심화시켜
제조업은 위축되고 향락, 유흥 위주의 서비스산업만 확대되었다. 이에 대하여 국민연금은 소득에 따라 보험료는 차등 납부하지만 지급 받을 때는
가입자 본인의 평균 소득액과 연금 받는 해의 전년 말 전체가입자의 평균소득을 고려하여 결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과의 소득 격차를 줄이고 계층간 갈등의 폭을 좁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은 지금 당장 굶는 한이 있더라도
씨종자 만은 남겨두었다. 씨종자를 먹어치웠을 경우, 닥치게 될 미래의 암담함 때문에 오는 절망은 한층 더 깊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무더위
속에서 김을 매고, 타는 가뭄 속에서 땅 속 깊이 물길을 찾아 땀흘리는 농부가 현재의 고생을 기쁘게 감수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하는 고생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확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보다 행복하게 살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재해가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고서는 원하는 대로의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미국이나 독일은 물론 우리와
이웃해 있는 일본까지도 우리보다 훨씬 앞선 국민연금제도의 시행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민연금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국민들의 관심과 인식의 부족으로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사회국가를 지향하는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려면 우선,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국가의 신뢰성 회복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강물을
흐리는 것처럼 국민연금제도에 대해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몇몇 사람의 편협된 생각이 이처럼 심각한 국민정서를 초래했다고 본다. 그래서 그들의
잘못된 오해를 홍보를 통해 풀어주고, 검증되지 않거나 걸러지지 않은 비평도 꾸준한 노력으로 홍보하여 이들의 불평을 없애준다면 88년 1월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온 국민 잘 살기 운동이 성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으리라본다.
다음으로, 보험료율을 현실화하여 연금고갈의 불안요인을
줄여야겠다. ‘적은 보험료를 내고 많은 연금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저소득층은 물론 고소득층도 국민연금제도를 통해 자신이 적립한 금액보다
많은 액수의 연금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되어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 소득재분배의 실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시기를 놓치지 말고 과감하게 수정
보완해야할 것이다. 노령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연금지급이 본격화되는 2020년대 중반부터는 보험료수입을 초과하게 되어 연금고갈이 예견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래서는 국민연금의 전국민화는 요원한 꿈이 될 것이다. 지금은 입에 쓴 약이 될지라도 국민의 미래를 안전하게 보장하기 위한 보다 나은
대책이 있다면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민을 위하는 길이요 우리나라가 사회복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길이 될 것이다.
끝으로, 우리에겐 부단한 기다림과 인내가 있어야겠다. 우리는 반만년이나 가난하게 살아온 민족이다. 국민연금제도가 정착되는 날은
그리 멀지 않다. 선진국들도 그들의 나라를 복지사회로 만들기까지는 국민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하였고 매순간 닥쳐오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했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노력과 인고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잘 사는 사회가 되어 있기를 바라는 것은
수주대토(守株待兎)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현 시점에서 말도 많은 전국민확대 실시로 하여 풀어내기 힘든 난제들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국민연금이 사회복지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계층을 감싸안는 복지정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이 국민의 의무라서 하는 수 없이 가입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기보다는 ‘나’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일을
‘우리’라면 해 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설혹 내가 조금 더 부담한다 할지라도 그로 인하여 나보다 어려운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행복한
우리가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할 것이다.
국가와 국민이 그 역할을 다 할 때, 우리 국민 모두는 고달픈 현실을 살면서도 밝은
미래의 확신 때문에 힘찬 하루하루를 엮어 나갈 것이다.
국민연금을 시행한다고 해서 바로 선진국이 되거나 복지사회가 건설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연금이 가까운 미래에 가장 든든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국민 모두가 평등하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나라, 그러한 나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아쉽고 어렵더라도 씨종자를 남겨두었던 조상들의 슬기를 본받아야 할 줄로 믿는다.
씨종자를 남기는 것. 그것은 나의 희망이자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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