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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국민보험, 국민연금
고등부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 엄인수
한 아름다운
효행
요즘 한 중국 노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70대의 백발 노인은 100세의 나이가 될 동안 한번도 세상 구경을 해보지 못한 노모를
위해 노모를 자전거에 태우고 중국 시내를 여행하고 다닌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효의 아름다운 실천이라 감동하며 이 노인을 격려하고
알아보며 인사한다고 한다.
백발 노인이 된 아들이 어머니를 효를 다해 모시는 것, 세상 구경 한번 못한 어머니를 위해 자전거를 타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며 효 하는 것이 지금 세상의 사람들에게 화제 거리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를 보며 감동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우리 나라는 최근 30년간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물질적 풍요로 사람들은 더 이상 배를 곯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빠른 산업화와 발전에 대한 부작용도 적지 않게 되었다. 전통적인 유교의 효의 사상을 뿌리깊게 가지고 있었던
한국 사람들이 중국의 노인 아들의 효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유도 이제는 더 이상 ‘효’라는 말이 예전처럼 당연한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오히려 능력 최고주의의 사회에 익숙해져 있는 지금의 사람들은 노인이 되어 능력 없어진 부모를 무시하고 소외시키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나라는 지속적인 생활수준의 향상과 보건, 의료기술의 발달로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37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7.1%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고 2022년에는 두 배 이상인 753만 여명에
노인비율은 14.3%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또한 노인들은 수입원의 대부분을 자녀에 의존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으며
노인들의 역할도 과거에는 가정 내에서 집안의 어른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나 근래에는 보조적이고 주변적인 역할 밖에 하지 못해 점차
소외당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한편 65세 이상 노인의 대다수가 각종 만성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어 이에 따른 노인 의료비 및 간병비로
개인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늙어서 행복이 인생의 행복
노인인구의 증가와 그에 따른 문제는 이제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니다. 노인인구가 10%가 넘어감에 따라 노인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 반면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됨에 따라 가정의 노인 부양기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인구와
노인 부양에 대한 책임의식의 저하. 이것은 단순히 노인문제를 가정의 책임으로만 떠넘길 수 없는 문제다. 또한 더 이상 노인인구를 먹고 자고
생활하는 기초적인 생활욕구만을 총족시켜도 되는 존재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자녀 수가 감소하고 연령이 낮아질수록 국가나 사회의 노인 부양에 대한
책임의식은 높아져 가고 있다. 효에 대한 개념 또한 부모 중심에서 자녀 중심으로 바뀌고 있으므로 국가나 사회는 다가오는 노인인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늙어서 행복이 인생의 행복이고, 노인의 복지가 국민의 복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는 말과 같이 정부는
물론 가정과 사회가 다 함께 협력하여 노후의 편안하고 활기찬 생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의 복지는 국민의 복지,
국가의 복지와 연결된다. 국가의 복지라는 것은 한 국가의 최고의 목표인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해주는 것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노인의
복지는 인간의 최후의 생활을 어떻게 인간답게 사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되며 이것은 또한 한 국가의 복지 상태를 보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것이다. 따라서 노인 복지는 그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며 국가의 복지 측면에서 결코 간과해 버릴 수 없다.
그럼 복지 국가로의
이행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복지에서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세계적 추세, 사회변화에 따른 사회적 추세에서
나오는 문제점들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지금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국민연금제도의 정착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복지에 대한 측면에
있어 시기 적절한 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니, 지금껏 문제시한 노인의 복지 측면 뿐 아니라 국가의 국민에 대한 복지의
전반적인 정책 측면에서 재정적인 밑받침으로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럼 국민연금제도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국민연금제도는 평소에 조금씩
보험료를 납부하였다가 노년이 되어 더 이상 경제적 소득을 얻지 못할 나이가 되었을 때 매달 연금을 지급하여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국가 시행의 사회보장제도이다. 우리 나라는 1999년 4월 1일부터 전 국민연금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앞으로의 노후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갖추었으며,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이 가입 대상이나 당시 60세에서 65세 미만의 자에 대해서도 5년 가입후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는 특례지역가입제도를 시행하였다.
국민의 복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국민연금의 역할과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그 필요성의 첫째로는 우선 가장 뚜렷하고 필요한 안정된 노후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더 이상 노인의 위상이 높아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와 노인 부양의 책임이 가정에서 사회, 국가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노년 생활은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노인을 부양할
재원이 점차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특정한 재원에서 국민연금은 매월 노령연금을 지급함으로써 본인이 원하는 노후생활을 확실하게 계획할 수
있도록 재원을 보충해 준다. 그 뿐 아니라 노인들의 욕구는 과거의 기본적인 생계유지만을 원하지 않는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노년이 ‘제2의 인생’으로 중요시되면서 사람들은 여유있는 노후생활을 설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여기에 있어서의 국민연금의
중요성은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노후에 대한 대책뿐 아니라 다른 복지의 측면에서 연금의 필요성은 대두되고 있다. 하나를 들자면 국민 모두의
안정된 생활이다. 사람은 누구나 언제 어느 때에 위험에 처할지 모른다. 특히 현대 사회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발전한 기계문명으로 인하여 사고나
재해 등 각종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러한 만일의 상황에 대한 대비로 보험에 가입하기도 하고 저축을 하기도 한다. 연금
또한 마찬가지이다. 국민의 사회적 위험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들어놓은 보험과 마찬가지인 것이 국민연금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에 대해 개인
또는 가족 스스로만이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 주고자 하는 것이 연금제도가 다른 대책들 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필요성을 근간으로 시행되는 국민연금제도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 의의가 있다.
첫째, 국민 복지의 측면이다. 복지국가로
이행하는 데에 있어서 연금제도의 실행은 복지의 실질적 바탕이 되는 재정적인 기반을 마련해 준다. 노령연금 이외에도 장애연금, 유족연금 등을
실행하여 다양한 연금혜택을 보장한다. 가입 중에 질병이나 부상으로 장애가 생기면 장애연금을 지급하여 본인과 가족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고,
연금을 받던 중에 사망하면 그 유족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즉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뿐 아니라
‘국민’이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의 복지를 위한 재원이 된다.
둘째, 국가에 대한 국민 공동체 의식 유발의 측면이다. 일부 가입이 아니라
전 국민 연금가입 의무화로 ‘나’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제도이다. 즉 혼자서 대비하기
어려운 생활의 위험을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나마 가입한 연금으로 모든 국민이 서로 돕는다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국민 모두에게 심어주게
된다.
셋째, 사회통합의 측면이다. 우리 나라는 급격한 산업화로 인하여 빈부의 격차가 심한데 복지 국가로 발돋움 하려는 오늘날의 우리
나라에서 노후의 생활만 보더라도 그 격차를 아주 심하게 느낄 수 있다. 복지에 대한 국민의 욕구에 따라 노후 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시행책이
나타나지만 (예를 들어 삼성재단의 노블카운티 등) 잘 사는 사람만 편안하고 풍요로운 노후를 준비할 수 있고, 못사는 사람은 더욱 더 못 살게
되는 사회 해체적인 문제들이 심각하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의 실행은 소득이 높을수록 보험료를 많이 내도록 하여 소득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이웃을 돕는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해주어 각 계층 간의 갈등을 최소화 시키며 부의 재분배를 이루게 해주는 사회 통합적인 역할을 해준다. 또한 부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차등적으로 납부한 기금을 공공 부문인 사회간접자본으로, 공공사업을 위한 재정기금으로 쓰도록 함으로써 진정한 부의
재분배를 이루게 한다.
넷째, 실질적 생활 안정 보장의 측면이다. 국민연금의 권리이자 의무는 다른 사람에게는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으며, 또한 압류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가 오더라도 최소한의 권리인 국민연금은 안전하게 지급받을 수가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사회적 위험에 처했을 때에도 국민연금은 기본적인 생활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계획해 놓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가 있으며 또한
연금은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사회제도이기 때문에 가입기간 중의 소득은 연금을 받는 전년도의 현재가치로 재평가하여 실제소득수준에
맞는 연금이 지급되도록 하여 국민들의 실질적인 생활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렇게 국민연금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의의는 크고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제도가 중요하다고 하여 복지 사회로의 완벽한 이상향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국민연금을 시행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바로 선진국처럼 복지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국민연금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제도가 아직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고 많은 불안 요소들을 국민들에게 내비치고 의심의 목소리를 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제도는 다른 여느 제도와는 다르다. 국민의 기본적인 인간다운 삶을 최소한으로 보장해 주고자 하는 인도적 차원의 기본
권리이다. 이러한 제도까지 의심받게 하고 방만한 운영을 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국가를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만
한다. 그것은 국가가 생겨날 초기부터 있어왔던 국가의 목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민의 ‘복지’라는 말이 점차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가는 이러한 의심의 뿌리를 확실하게 거두어 줘야 하며 국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든든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깨끗하고 투명하게 운영하여
국민들이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들의 보장된 미래를 위해 믿고 맡길 수 있는 국민연금제도로 정착시켜야만 한다. 그러한 제도로 만들 때 국가에
대한 신뢰도 쌓이게 되며 굳이 노력하여 홍보하지 않아도, 강제로 연금을 내라고 닥달하지 않아도 저절로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국민연금제도
시행 초기인 지금은 단지 첫 걸음일 뿐이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처음이 중요하다고 사람들이 그러듯이 복지국가를
위해 시작하는 첫 단추를 바로하여 뿌리깊고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한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국가라면 큰 바람에는 쓰러지게 된다.
뼈아프게 경험했던 IMF처럼 말이다. 복지국가. 복지사회라는 것이 거창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생각하는 나라가 복지사회요,
복지국가다. 국민의 노후를 생각하여 대비해주고, 국민의 아픔을 걱정해 주고, 막아주는 것이 국가의 국민에 대한 복지이다. 부끄럽게도 당연히
해야할 이런 것들의 첫 시작을 우리는 지금 국민연금제도를 통해 이제야 시도하고자 한다.
21세기, 세계화의 바람이 불고있는 추세에 대한
대비, 세계 모두가 함께 공동체로서 살아가려 하는 지구촌화에 대한 대비, 미래 사회적 추세인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 빈부없이 평등하게 살고자
하는, 조금 더 편안하게 잘 살고자 하는 국민들의 바람에 대한 대비, 인간이 인간답게 살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해 줄 대비를 위한 첫 단추인
국민연금제도의 정착, 그것이 지금 해줄 수 있는 국민의 미래를 위한 국가의 진정한 역할이고 현명한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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