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변화하는 시대의 길잡이, 국민연금
중등부 우수상 김신원
주위에 있는, 건강도 좋지
않은데다 직장도 불안정한 분을 보며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국민연금이나 들었으면 그래도 좀 나을 텐데...” 전국민연금을 실시한지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우리 주위에서 국민연금이란 말이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도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아직도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필요에 따라 움직이고 행동한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필요성을 알고, 느끼는 것이다.
먼저 그 필요성을 안다면 그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한 방안의 모색과 실행이 더 능률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한 요리프로를 보면서 출연한 요리사가 자신이 다루고
있는 식품의 특성과 용도, 조리법을 잘 알고 설명해 주는 것을 보면서 국민연금에 관한 것도 그에 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에 관해 잘 알고 있을 때 더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유능한 요리사와 그가 다루는
식품에 비하자면, 식품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을 국민연금의 사회적 역할을 인식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조리법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농경사회는 가족이 동료로서의 역할까지 했기 때문에 지금의 사회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더 큰 의미를 차지했다. 유교가 단순한 종교가 아닌 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과거의 우리 사회에서는 자녀가 그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농경사회가 아닌 산업사회가 되었다. 직업과 필요는 다양해졌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같이 움직여 나가는 것은 상당한
유연성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다양한 직업을 갖고 여러 지역에 흩어져 지내면서, 동료로서의 가족의 의미는 약해졌다. 농업이라는 직업을 통해서
유지했던 유대감은 자연히 약해지게 되었다.
사회의 변화와 함께 생활모습마저 변해서, 생활 깊숙히 뿌리를 내리고 있던 유교사상도
많이 약화되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맞추다 보니 가정은 휴식처로서의 기능이 강조되고, 노부모를 부양하는 일은 이제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물론,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노부모를 직접 부양하는 것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 된 것이다. 서로 다른 사회를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며, 때로 두 가치관은 서로 갈등하고
이것이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자신이 노부모를 봉양해왔던 세대는 그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자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개의 경우 그런 생각은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박힌 것이다. 따라서 농경사회를 살며 자녀를 노후대책으로 바라는
생각과 산업사회를 살며 노부모 부양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 세대간의 견해차이는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등장하는 현대판 고려장과
살아온 데 대한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노인분들이 그 점을 보여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계가족의 경우, 여러 지역에 흩어져 생활하는 결과
그전만한 유대감의 형성은 보기 힘들다. 즉 가족에게 노후를 의지하거나 어려울 때 경제적으로 의탁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웃은 어떨까. 예전의 우리 사회의 ‘이웃’이라는 개념 역시 농경사회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서로 돕고
산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웃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서로 돕고 따스한 정을 나누는 인간관계가 아닌 그냥 옆집에 사는 형식적 이웃이
많다. 이웃은 “남”이라는 존재가 되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웃에 의존한다는 것은 지금의 사회에선 비합리적으로 들리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점들을 살펴볼 때 현대사회에서 가족이라는 혈연관계나 이웃이라는 정에 의존한 관계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의존할 수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회가 변하면서, 이전 사회에서의 관습과 개념들도 함께 변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
현대의 자본주의 산업사회에서 가족과 이웃이란 관계는 그저 피상적인 관계가 되었을 뿐 옛 농경사회에서의 경제적 공동체로서 의미는 잃게 했다.
이제 살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도는 보험제도이다.
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지면서 누구나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생명보험, 그리고 연금 보험이다. 그러나 보험회사도 이윤을 남기기 위한 기업이고 그를 위해서는
기업자체도 안전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로 질병을 앓았던 자나 현재 앓고 있는 자는 연금 보험에 들기가 까다롭고 신청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민주주의 사회의 이상은 인간의 존엄성 실현이고 따라서 약한 자가 보호받는 복지사회가 그 이상적인 사회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약한 자일 수밖에 없는 서민을 위한 복지제도 - 그들의 생활과 직접 연관되는, 노후 및 만약을 대비한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하는 제도는 그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위에 언급한 “국민연금이라도 들었으면 그래도 좀 나을 텐데...”라는 말은
간략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역할은 역시
노후 대책으로서의 기능이다. 1994년 노후대책에 관한 질문에 47%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 후 경기가 급속히 악화된 지금, 그 수가 더 늘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경기가 악화되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서민들은 빠듯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 와중에 노후까지 신경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어렵지 않게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국민들을 도울 수 있다.
이러한 이점 중 한 가지는
모든 국민이 연금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보험회사에서 실시하는 개인연금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것이다. 몇해 전, 우리 아버지는
연금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한 보험회사를 찾았다 그러나 보험회사측에선 건강진단을 요구했고 그 몇 해 전에 한 차례 수술을 받았다는 점을 들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이득”보다 “복지”가 우선 순위에 올 수 있도록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금보험인 것이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그런 이상에 부합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연령층에서 국민연금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젊은이라면, 체계적으로 장래를 설계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적응해야 할 일이 많이 있고, 무엇보다 아직 노후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국민연금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미리 일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잊기 쉬운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장년이 돼서 노후대책을 하려고 하면 그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노후는 점점 현실이 되어 닥쳐오는데 가정을 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가운데 또 경제적 준비를 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은, 말하자면 아직 높이 날지 못하는 새에게 높이 날아올랐을 때 멀리 볼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것과 같다.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하라 했다. 그러나 젊을 때 일생을 보고 계획하는 것은 구체적이기가 힘들다. 그 가운데서 미리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민연금인 것이다.
장년층이라면 어떨까. 언급했듯이 노후는 현실이 되어오고 가정을 꾸리는 일도 쉽지 않다. 정에 의존하는 것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다. 그런 사람들 앞에 국민연금은 당황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노후를 준비할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노년층이라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직업을 유지할 만큼 건강하지도 않고,
자녀들에게 의존할 수도 없는 상황은 참으로 불안해 보인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그러한 상황에 처한 분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청년층이든, 장년층이든, 또는 노년층이든 상관없이 국민연금은 노후대책을 돕고 그로 인해 생활의 불안요소를 어느 정도
감소시켜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득”이 아닌 “복지”를 우선으로 하고 말이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사회를 안정시키는데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단순한 노후대책이 아닌 사망이나 장애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로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면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는 사회구조의 서구화에 따른 적절한 복지제도라고 생각한다 사회구조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서구화를
따르면서 여전히 가족과 이웃에 노후 및 경제문제를 의존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동일 것이다. 새로운 일에는 또 그에 맞는 적절한 안전책이
따르기 마련이다. 기종을 다른 기계로 바꾸면서 모든 부품이 호환성이 있기를 바랄 수는 없다. 시대는 변하는데 항상 그전과 같기를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의 미비한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그것이 시기상조라고 하며 일부는 그 운영에 관해 논한다. 또한
보험료의 비합리적인 책정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앞서 기억해야 할 점은, 시행착오가 없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복지제도로 유명한 스웨덴이나 영국, 독일과 같은 나라들 역시 국민연금제도를 여러 번 수정하고 고쳐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를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급하게 서둘다가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이, 신중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과도기 없이 존재하는
현재는 없다. 우리는 이제 진취적인 태도로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가운데 더 나은 길을 모색해야지,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 없이는 구태의연한 사회만이 있을 뿐이고, 그런 사회는 국제사회에서 밀려나게 된다. 우리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융통성 있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도 스스로 유연성을 보이고 무조건적 모방이 아닌 실정에 맞는 제도가 되도록 융통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
현실을 바로 보고 정말 복지정책으로서의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제도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이라도 들었으면 그래도 좀 나을 텐데...”라는 말은 그것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방책이란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최소한으로 기본에 깔리는 개념은 항상 핵심적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득보다 복지를 우선으로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은 그 핵심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과거처럼 정에 의존하기엔 많이 변해버린 시대 앞에서 국민연금은 그 스스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듬는 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다듬는 정성으로. 요리사가 그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세심한 손놀림으로.
우리 시민들은
어떠한가? 시민들은 좋은 고객이자 관객이 될 것이다. 때로는 부족한 점에 질책을 가하기도 하고 훌륭한 점을 칭찬하는 좋은 관객이. 요리사와
고객이 요리된 음식을 매개로, 예술가와 관객이 작품을 매개로 만난다면, 시민과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의 복지성을 매개로 만날 것이다. 유능한
요리사는 고객을 만족시킬 줄 안다. 그는 식품을 파악하고 가장 적절한 조리법을 찾고 세심하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일한다. 유능한 요리사가 영양가
높고 맛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국민연금을 잘 알고 잘 시행할 때 국민의 복지를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소리와 국민연금 스스로의 노력이 어우러져 약한 자가 보호받고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는 진정한 복지국가의 모습을 만들어 가야겠다.
| |